Mihi videtur ut pal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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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을 게워내라

10/1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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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만들어진 서사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현재의 모든 전통과 문화 안에 종족 보전을 위해 길들여진다. 만들어진 신을 만나고 그 신을 추앙하거나 부정하거나 믿거나 말거나. 이미 짜여진 판 속에서 삶의 목적과 의미라는 미명 아래 존재의 쓸모가 정해진다. 그 안에서 행복과 불행을 느끼고 이 몸뚱이가 드러내는 삶 그 자체는 착각 속에서 잊혀지고 죽어간다. 죽음은 삶의 목적과 의미라 부른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폭로한다. 종교의 내세에 대한 가르침은 죽음의 입에 물린 자갈이다. “이 자갈을 먹는 자는 영생을 얻으리라!” 나는 자갈을 게워낸다. 이 만들어진 서사를 철저히 해부하려는 욕망은 가히 성스러운 일이다! 나는 '나'라는 자의식, 정체성은 주어진 서사 안에서 만들어져 이렇게 조작된 나로 살다가 죽길 거부한다. 나의 이야기는 내가 누구냐를 말해주지 않는다. 미화된 기억에 의해 내가 이해하는 나를 내가 어떻게 각색시키는 지 보여줄 뿐이다. 내 기억에 의존해 내가 나를 만든다. (아담을 창조한 건 아담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해 나를 해체한다. 나는 내가 아니다. 다만 외부를 재료삼아 나를 만들어내는 마음이다. 마음도 아니다. 다만 마음이 기생한 몸이다. 몸도 아니다. 다만 몸을 구성하는 60조의 세포다. 세포도 아니다. 다만 다름을 구분하는 지각(sentience)이다. 지각도 아니다. 다만 생명, 이 알 수 없는 생명이다. 생명도 아니다. 다만 자기 보존을 향한 욕망(conatus)만 있을 뿐. 이렇게 나는 나에게 타인이 되고 이 타인은 서늘함의 틈을 유지한 동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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